Fast Company | 기고문
미국의 비즈니스 매체 Fast Company에 크래프톤 이강욱 CAIO의 기고문이 게재되었습니다. 게임이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고 반응하는 AI, 즉 Embodied AI의 발전에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며, 게임 속 가상 환경에서 축적된 경험이 로봇과 AI의 미래에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소개합니다.
게임에서 로보틱스로: Embodied AI의 미래를 탐구하다
AI가 가상 환경에서 물리적 환경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크래프톤은 게임 캐릭터 개발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을 만들어가고 있다.
게임 속 NPC(Non-Player Character)를 떠올려 보자. 무언가를 주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물으면 제법 괜찮은 답을 내놓지만, 그 뒤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뿐이다. 이용자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뒤따라오지도 않으며, 주변 상황이 달라져도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정해진 대사와 행동만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PUBG: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글로벌 게임 기업 크래프톤은 AI를 활용해 게임 속 경험을 더 몰입감 있고 생동감 있게 만드는 방법을 탐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단순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AI 캐릭터가 정해진 대사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이용자와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이 실험의 바탕이 된 개념이 바로 ‘체화 AI(Embodied AI)’다. 체화 AI는 특정 환경 안에서 존재하며 직접 행동하는 AI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이용자와 소통하며 상황 변화에 따라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몸’을 가진 캐릭터다.
체화 AI의 가능성은 게임을 넘어 훨씬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AI가 단순히 답변을 생성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디지털 및 물리적 환경에서 직접 행동하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고 자신이 인식한 정보와 판단, 행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비디오 게임은 이러한 역량을 학습할 수 있는 유용한 환경을 제공한다.
AI가 사람과 함께 플레이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크래프톤은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팀원과 소통하며, 순간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PUBG: 배틀그라운드 아케이드 모드에서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솔로 플레이 이용자에게는 ‘엘라(Ella)’라는 PUBG 엘라이(PUBG Ally)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졌다. 엘라는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매치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파악하며, 말과 행동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정해진 스크립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읽고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했다.
목표는 가장 똑똑한 AI 봇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크래프톤이 확인하고자 한 질문은 더 단순했다. 끊임없이 상황이 바뀌는 매치 안에서 AI가 같은 사람과 계속해서 상호작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용자들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엘라와 함께 플레이한 이용자들은 엘라를 하나의 기능이 아닌 실제 팀원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말을 걸거나 농담을 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해 장난을 걸기도 했다. 때로는 엘라의 엉뚱한 행동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반복해서 회자되는 농담이 됐다. 엘라의 실수조차 또 다른 재미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도구’와 ‘팀원’을 전혀 다른 기준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정확도가 아니었다. 엘라가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이용자가 한 말 자체를 넘어 그 의도까지 이해하는지, 이용자가 생각을 바꾸었을 때 이에 맞춰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기술적으로 정답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적절한 타이밍에 반응하고, 상황의 맥락을 읽는 능력이 필요했다.
가상의 몸에서 현실의 몸으로
PUBG 엘라이(PUBG Ally)는 게임 안에서만 존재했다. 반면 크래프톤이 미국 팔로알토에 설립한 피지컬 AI 로보틱스 연구소 ‘루도 로보틱스(Ludo Robotics)’는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이를 실제 로봇의 몸으로 확장하고 있다. AI는 단순히 응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을 인식하고,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며, 순간순간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루도 로보틱스를 통해 피지컬 AI가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을지 탐구하고 있다. 목표는 명확하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는, 사회적 지능을 갖춘 로봇의 AI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여전히 로보틱스 분야의 중요한 미해결 과제다. 현재 대부분의 시스템은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일하는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주변을 인식하고, 대화하고, 행동하며, 안전까지 고려해 판단하는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IEEE 펠로우이자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의 Rob Nowak 교수와 전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 교수 김예슬 박사가 각각 루도 로보틱스의 Chief Scientist와 Human-Robot Interaction 리드로 연구를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연구팀과 함께 루도 로보틱스의 첫 번째 시스템 ‘루디 0.1(Ludi 0.1)’을 개발했다. 루디 0.1은 주변을 인식하고 말하고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작업 도중 상황이 달라지면 이에 맞춰 행동을 바꿀 수 있다.
물론 게임과 현실의 환경은 분명히 다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임 캐릭터와 달리, 현실의 로봇은 가구나 사람과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위험도 훨씬 크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근본적인 과제는 같다. 지능이 화면 속에 존재하든 로봇의 몸 안에 존재하든, 진정으로 유용하기 위해서는 질문에 답하는 것 이상의 능력이 필요하다. 상황을 이해하고, 변화에 적응하며, 직접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은 이러한 역량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학습하기에 좋은 출발점이다. AI가 가상 환경에서 물리적 세계로 확장되는 가운데, 배틀로얄 매치에서 AI 팀원과 함께 플레이하는 작은 실험에서 시작된 경험은 앞으로 지능형 시스템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원문은 ▶ Fast Company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 기고문은 Fast Company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게재되었습니다.
![[Fast Company] 게임에서 로보틱스로: Embodied AI의 미래를 탐구하다](https://www.krafton.com/wp-content/uploads/2026/02/ogimage.jpg)



